일본, 외식·운송 등 서비스업 가격 '들썩'… '디플레 덫'에서 빠져나오나

입력 2017-12-18 19:02  

일손 부족으로 임금 오르면서 제품·서비스 가격 줄줄이 인상
과거와 달리 내수 활성화 기대… 엔화 약세로 관광객 급증도 영향



[ 김동욱 기자 ] 일본의 외식·운송업 등 서비스 업종에서 가격 인상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만성적인 인력난에 따른 임금 인상 부담을 제품·서비스 가격에 전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에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이 뿌리내린 2000년대 이후 대규모 가격 인상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두 번의 가격 인상 시도는 고객 이탈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지만, 이번엔 가격 인상에도 소비 감소 조짐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디플레 탈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인구 감소의 ‘나비효과’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 서비스 업체들이 잇달아 제품·서비스 가격을 올리고 있지만 예전과 달리 소비자의 저항이 크지 않은 분위기다.

지난 11월 일본의 꼬치구이 선술집 체인인 도리기조쿠는 28년 만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전 메뉴 가격을 일괄적으로 6% 올렸다. 하지만 도쿄 등 주요 지역 대다수 점포에서 매출이 줄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11월 도리기조쿠 주요 점포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 늘었다.

지난달 29일에는 2000여 개 점포를 보유한 일본 최대 규동(소고기 덮밥) 전문 체인점 스키야가 규동 등 주요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업계 최저가’를 표방하는 규동(보통 사이즈, 350엔)을 제외한 대다수 메뉴는 10~50엔(약 100~500원) 가격이 올랐다.

스카이라크는 10월 산하 패밀리레스토랑 가스토에서 주력 메뉴인 ‘치즈 IN 햄버거’ 가격을 50엔 올려 599엔으로 책정하는 등 주요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바미얀, 조나단 등 다른 체인도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라멘 체인인 히다카야도 9월부터 교자 등 15개 품목의 가격을 10~50엔 올렸다.

요식업뿐 아니라 택배업체인 사가와익스프레스가 10~11월 택배 비용을 인상하고, 간토 남부 지역 주요 비즈니스호텔들이 숙박비를 5% 올리는 등 서비스업 전반이 가격 인상 흐름에 휩싸였다.

내수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일본 서비스 업체가 잇달아 가격을 인상하고 나선 것은 ‘일손 부족’에 따른 임금 상승 때문이다. 2005년 처음 순감소로 돌아선 일본 인구는 2007년부터 10년 연속 줄었다. 일본 산업 전반에 만연한 일손 부족 현상은 서비스업에서 특히 심각하다. 10월 요리사, 운전기사 등 서비스 관련 직종의 유효구인배율(1명당 일자리수)은 3~4배가량으로 전체 유효구인배율(1.55배)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서비스 업체들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임금을 올리고 있다. 일본 재무부 법인기업 통계에 따르면 외식 및 숙박 등 서비스업의 인건비는 올해 9월까지 36조8900억엔으로 같은 기간 대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소비 위축’ 아니라 ‘탈디플레’ 기대

일본 언론들은 주요 서비스 업체의 이번 가격 인상이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지 관심을 두고 있다. 장기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일본에선 2007~2008년과 2014~2015년 원유 및 각종 원자재값 상승의 영향으로 주요 서비스업종 가격 인상이 단행됐다.

과거 가격 인상 시기에는 곧바로 소비 위축이 뒤따랐다. 일본푸드서비스협회에 따르면 2014~2015년 가격 인상으로 이용객 감소가 두드러지면서 주요 요식업체 매출이 크게 줄었다. 2014년 12월 규동 등의 가격을 올린 요시노야홀딩스는 가격 인상 후 14개월간 전년 동월 대비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가격 인상은 일본 주요 기업의 임금 인상이 뒷받침될 것으로 예상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조사한 올해 겨울 보너스 조사에서 비제조업체 보너스 규모는 지난해 겨울보다 2.34% 늘었다.

여기에 엔화 약세 등으로 올해 28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일본을 방문하면서 숙박 및 외식 수요를 탄탄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점도 긍정론에 힘을 싣고 있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주요 명품업체들이 일본 내 판매 가격을 올린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영국 보석세공업체 그라프는 이달 일본 주요 상품가격을 8% 올렸고, 일본의 유명 진주 브랜드 다사키도 내년 1월부터 가격 인상을 할 계획이다. 이브생로랑, 버버리, 발렌시아가 등도 10월께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올렸다. 이와 함께 인터넷 쇼핑 확대에 따른 택배 수요 증가 등도 과거 서비스업 가격 인상 때와는 다른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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